주민들이 경찰서를 자체 운영하기로 한 것은 2년전 재정난 인력난으로 경찰서가 문을 닫은 뒤 마을이 시끄러워졌기 때문. 빈집털이와 자동차 도난, 낙서, 쓰레기 무단투기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주민들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다가 결국 경찰서를 인수했다. 영국에서는 이스트모즐리와 같이 폐쇄된 경찰서가 지난 10년간 1000여곳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찰서는 주민들이 시간제 경찰관을 고용하든지 자원봉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20㎞ 떨어진 인구 8000명의 소도시 에싱. 이곳의 시립유치원 두 곳에는 정식교사 대신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귀를 뚫은 ‘신세대 청년’들이 근무한다. 병역 대신 사회봉사를 하는 공익요원들이다. 어린이 25명당 2명의 교사가 담임을 맡던 독일 유치원 가운데 교사 1명을 학부모나 공익요원으로 충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재정긴축으로 복지분야의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선 공립학교 교사 4000명과 간호사 2만2000명이 부족하다고 정부 통계는 밝히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던 런던 시영버스회사는 런던의 상징인 2층 버스운전사로 프랑스인을 채용했다.
지방의 경우 인력난이 더 심해 런던 인근 스타초등학교의 경우 교사 27명 중 7명을 뉴질랜드와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자원봉사교사로 충당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학교 마리온 로젠 교장은 “빈곤가정이나 난민자녀가 많다는 소문이 돌면서 교사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지역은 인력회사가 지난해 영어권 국가에서 800명의 외국인 교사를 채용해 학교에 공급했다.
미국 뉴욕주에서는 공립교사 전체 인력의 10%인 8000명을 연내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교사 지원자는 수백명에 불과했다. 뉴욕주 교육위원회는 600만달러의 교사채용 기금을 조성하고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를 이탈리아와 스페인, 오스트리아에서 충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국가에서 공공서비스 분야의 인력난이 심각해진 가장 큰 이유는 민간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뉴욕주의 1년차 공립학교 교사 월급은 2659달러로 미 대졸자 평균 월급의 85%에 불과한 실정이다.
영국의 경우 국가의료제도 시행 이후 의사가 월급생활자로 변모하자 임금은 비슷하고 업무강도나 책임은 덜한 간호사로 직종을 전환하는 의사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경기호황으로 실업률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영국 프랑스에선 공공분야 종사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힘든 민간분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영국 등은 공공분야에 대한 외국인 진출을 늘리기 위해 자격만 갖추면 취업비자를 내주는 이민정책을 채택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노조는 공공분야의 임금 인상과 복지 분야의 지출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이 분야의 인력부족 사태는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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