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웬만한 아파트나 주택단지에는 의류 수집함이 설치돼 있다. 의류 수집함에는 입지 않는 의류를 수집해 소년소녀 가장이나 알뜰시장에 보내준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나도 그동안 입지 않는 옷과 사용하지 않는 가방이 생기면 꼭꼭 챙겨두었다가 상자에 넣었다. 처음에는 수거도 바로바로 했고, 상자 내부도 깨끗한 상태에서 옷가지들만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뒤 의류함은 쓰레기통으로 변했다. 각종 쓰레기와 음식쓰레기까지 가득찬 의류함에는 옷을 넣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왜 의류함을 수거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지만 쓰레기를 넣는 잘못된 시민의식이 이를 초래한 것이다. 시민들의 작은 정성이 의류함의 본래 기능을 살리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한 정 은(skycool-s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