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닥친 첫 시련은 7월29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였다. 이 선거의 최대 관심은 ‘고이즈미 인기’가 선거결과에 얼마나 반영될지였다. 선거에서 이기면 자민당내 기반도 강해지고 그가 주장해온 구조개혁노선도 정당성을 얻기 때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이즈미의 인기는 투표율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자민당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투표율은 3년 전의 58.8%를 밑도는 56.4%였다. 고이즈미 총리 탄생 이후 정치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투표율도 다소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최근 정치를 TV나 신문으로는 즐기지만 직접 투표장까지 가는 수고는 하고 싶지 않다는 일본 유권자의 ‘관객화’ 현상이 엿보인다.
자민당 승리의 최대 공헌자가 고이즈미 총리인 것은 분명하다. 자민당은 비례구에서 38.6%, 지역구에서 41%의 지지로 64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다. 고이즈미 총리 등장 전 자민당의 예상의석은 45∼46석이었으므로 64석이란 것은 자민당의 실력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다.
그동안 총리에 대한 평가와 투표행동과의 상관관계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총리가 누구든 간에 차이가 없다고 봤다. 이런 인식을 완전히 바꾼 것이 지난해 중의원선거였다. 당시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의 인기는 매우 낮았고 이는 유권자의 투표행동을 크게 좌우했다. 정당명으로 투표하는 비례구에 특히 큰 영향을 주었다. 무당파층은 물론이고 자민당 지지자들도 많이 이탈했다. 이에 대한 자민당의 위기감이 모리 총리의 퇴진과 고이즈미 총리의 등장을 불러왔다. 이번 선거 결과는 반대 의미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증명했다. 자민당은 인기가 높은 총리를 선출함으로써 지지를 확대하고 특히 선거를 좌우하는 무당파층을 끌어들였다.
이번 선거는 고전적인 의미의 ‘기대투표’에 해당된다. 유권자는 고이즈미 총리가 장차 실시하려는 구조개혁에 기대를 걸고 투표를 했다. 이에 비해 98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업적투표’가 이뤄져 자민당이 참패했다. 업적투표는 여당이 정권 담당, 특히 경제운영에 실패할 경우 선거를 통해 정권을 바꾸는 것으로 ‘상벌투표’로도 불린다. 98년 유권자는 대형은행이 파산하는 등 전례가 없는 경제적 위기를 몰고온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정권에 ‘벌’을 내린 것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기대투표였지만 다음 중의원 선거는 업적투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는 고이즈미 내각이 쌓은 업적이 추궁받을 것이다. 기대와 업적, 그리고 정치불만의 관계는 ‘기대÷업적〓정치불만’이란 간단한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기대가 커지고 업적이 작아지면 당연히 정치불만은 높아진다. 과도한 기대는 오히려 무거운 짐이다.
고이즈미 정권의 딜레마는 업적의 내용과 자민당 지지기반과의 상관관계이다. 구조개혁, 구체적으로 보면 도로특정재원의 전용, 지방교부세의 삭감, 우정사업의 민영화 등은 모두 자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정권의 업적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자민당은 지지기반을 잃게 되는 구조다.
고이즈미 정권의 또 하나의 과제는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개선이다. 우선 급한 문제가 8월 15일 총리가 예정하고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다. 이 문제는 극히 일부의 국민이 강한 관심을 갖고 있는 소위 ‘특수쟁점’이다. 여야당 모두로부터 반대가 많고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도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도 왜 야스쿠니 참배에 매달리는지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고이즈미 총리는 괴팍할 정도로 독자성이 강한 총리이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의 대다수가 구조개혁 등 ‘합의쟁점’에 대해 지지를 해 준 것이지 야스쿠니 참배 등 ‘특수쟁점’에 대해 지지를 해 준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도쿄대 법학부 교수)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