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 합병은행장 후보로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선출된 것도 외국인 대주주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해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김정태 행장은 이에 화답하듯 합병은행장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예금금리를 떨어뜨려 처음으로 4% 시대를 열었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에서도 “기존에 받던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의 주된 수익원인 예대금리차(差)와 수수료 수입을 계속 늘려 앞으로 3년동안 주가를 2.5배로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투자자들은 김 행장의 이러한 비전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렇다면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한 퇴직자는 “예금해둔 퇴직금 1억원을 찾았다. 월이자 34만원을 받으려니 너무 억울했다”고 불평한다. 대출금리 인하시기를 묻는 질문에 주택은행 담당자는 “당분간 내리기 어렵다”고 답한다.
결국 합병은행은 부가가치가 높은 수익원을 새로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부담을 늘려 이를 주주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은 합병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계 전체를 뒤덮고 있는 ‘대세’라는 점이다.
환란이후 국내에서도 ‘미국식 주주중시 경영’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김 행장의 경영관은 은행 경영이 소비자보다는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한 것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의 한 단면일 뿐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가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그런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고객의 부담은 커지고 주주만 돈을 버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다. 은행 합병으로 과점도가 높아진 은행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김두영 금융부>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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