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임원들이 조촐한 축하 식사모임을 계획했지만 김 회장은 “다들 약속도 있고 바쁠 텐데…. 중요한 것은 미래이지 흘러간 과거가 아니다”라며 고사했다.
1981년 창업자인 선친 김종희(金鍾喜) 회장이 타계하면서 29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가 된 그는 20년의 세월과 함께 어느덧 중년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김 회장은 이날 떠들썩한 기념 행사를 생략했지만 취임 20주년을 기업인으로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주변 사람들에게 피력했다.
“지금까지 20년은 선친이 일군 가업을 충실하게 계승한 것에 불과하다. ‘기업인 김승연’의 진정한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백지에 그림을 새로 그리는 자세로 일하겠다.”
김 회장은 현재 대한생명 인수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최근 대한생명의 부실 규모가 의외로 큰 것으로 알려지자 수시로 인수팀의 보고를 받으면서 관련업무를 좀더 꼼꼼하게 챙길 것을 거듭 독려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부도 위기의 회사를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회생시킨 자신감 때문인지 그는 경기침체에도 경영이 지나치게 위축돼서는 곤란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어렵다고 마냥 움츠러들면 상황이 더 힘들어진다”며 “이런 때일수록 자신감을 갖고 일을 찾아서 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우한 처지의 장애아동들을 한화 콘도에 초청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달력을 제작하는 등 ‘따뜻한 면모’도 갖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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