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조수아 텍스버리 교수팀은 애리조나주 남부에 사는 야생 고추를 연구한 결과 쥐와 같은 육상동물은 고추를 먹지 않지만 새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것을 고추가 씨를 퍼뜨리는 데 부적합한 육상동물을 물리치기 위해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이라는 화학물질을 발달시킨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새나 쥐가 모두 열매를 따먹을 수 있을 정도로 키가 작은 고추와 팽나무열매에 대한 밤낮의 소비형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낮에는 두가지 열매 모두 같은 양으로 없어졌지만 밤에는 팽나무열매만 소비됐다. 즉 밤에 활동하는 쥐는 고추를 먹지 않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험실에서 사막쥐와 숲쥐, 쇠부리지빠귀 사촌에 고추와 팽나무열매를 먹였을 때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고추가 쥐를 멀리하고 새를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쥐와 새가 모두 먹을 수 있도록 매운 맛이 없는 돌연변이 고추로 실험한 결과 새의 경우 씨가 바로 장을 통과해 배설됐다. 그리고 거의 모든 씨가 싹을 틔웠다. 반면 쥐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쥐는 고추에게 있어 씨의 천적인 셈.
더구나 새는 고추씨를 과일 나무 덤불 아래 퍼뜨려 고추가 자라는 데 도움을 준다.
고추는 과일 나무 덤불 아래에서 자라면 해충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줄어든다.
또 새가 자주 찾아들어 다 자란 고추를 먹고 다시 씨를 퍼뜨린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7월26일자에 게재됐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