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OFEL-GRE 기출문제 '사이버 유출'논란

  • 입력 2001년 8월 1일 19시 07분


지난해 말 토플(TOEFL)과 GRE시험이 종이시험(PBT)에서 컴퓨터시험(CBT)으로 바뀌면서 기출(旣出) 문제들이 인터넷상에 나돌고, 이를 이용해 점수를 올리는 응시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의 ETS(영어인정, 자격시험주관기관)와 한국에서 이를 관리감독하는 한미교육위원단이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제 유출 실태〓서울의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김모씨(30)는 지난달 GRE시험에 응시해 1600점 만점에 1560점이라는 최고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김씨의 고득점은 영어실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인터넷의 도움이 컸다. 인터넷상에 올라있는 기출 문제들을 미리 풀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간 김씨는 독해부분에서 장문의 지문이 똑같이 나온 것을 보고 놀랐다.

김씨는 “문제 풀(Pool)이 한달에 한번 바뀌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잘 보면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실제로 똑같은 지문이 나오니까 처음에는 놀랐다”며 “결국 10분이라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평소보다 100점 이상 점수를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속칭 ‘후기’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상에 올라 있는 기출 문제들은 시험 경험이 있는 응시자들이 출제된 문제를 기억해 그대로 인터넷상에 올려놓은 것. 응시자들은 시험을 보기 전 어떤 형태로든 문제 유출을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지만 기출 문제를 잘 정리해 제공하는 국내 사이트들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출 원인〓이처럼 ‘후기’가 나도는 것은 시험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 종이방식 시험에서는 한달에 한번 출제된 문제로 많은 응시자들이 동시에 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접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컴퓨터 시험으로 바뀐 뒤부터는 시험장에 설치된 한정된 컴퓨터 대수(현재 국내 토플 시험장 3곳에 설치된 컴퓨터는 총 199대)때문에 한번에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사람 수가 대폭 줄었고 따라서 매일 시험을 보고 있는 실정이어서 매일 다른 문제를 출제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것.

결국 한달에 한번 정도 문제 풀을 만들고 여기에서 매일매일 문제를 뽑아내기 때문에 문제 풀에 있는 문제들은 응시 경험자들에 의해 공개되기 쉬운 것이다.

서울 강남의 A영어학원 강사는 “시험방식이 컴퓨터로 바뀌고 난 뒤 한국 학생들의 점수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중국사이트에서 퍼오는 ‘후기’도 실제 시험 문제와 많이 비슷해 점수 향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은 있나〓ETS와 한미교육위원단은 난감해하고 있으나 현재로는 규제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한미교육위원단의 언더우드 단장은 “한국은 중국만큼 기출 문제 유출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지적재산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그 심각성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결정된 규제나 대안은 없지만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한국인과 중국인의 경우 토플 시험성적이 인정되지 않아 미국 유학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출제위원을 대폭 늘려 문제를 매번 새로 출제하기 위해 응시료를 지금의 4∼6배 정도로 올리는 방안도 강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