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에르메네질도 제냐

  • 입력 2001년 8월 1일 19시 10분


명품의 기본 조건은 유행이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좋은 품질이다.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고집스러운 품질 경영으로 100년 가까이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제냐’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 브랜드는 창업 당시부터 ‘최고의 품질만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기업철학을 펴왔다. 4대째인 지금까지 편안한 착용감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남성복의 대명사가 되었다. 영화 ‘패밀리 맨’에서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를 돋보이게 한 의상도 제냐. 현재 세계 337개 매장에서 5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품질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제냐가 만든 시스템 중에서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것이 있다.

그 첫번째가 수직통합체계다. 제냐는 원자재 제조에서 완제품 생산, 판매 단계까지 전과정을 본사가 직접 관장한다. 원산지에서 최상의 원료를 선택하고, 숙련공의 훈련과 기술개발을 통해 최고의 상품을 만들며, 이를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판매점을 통해 파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원단을 공급받아 쓰는 다른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투자도 제냐의 특징. 제냐는 디자인 개발에서 사람의 손을 가장 중요시한다. 대부분의 패션회사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 작업을 하지만, 제냐는 하나의 디자인을 위해 무수히 많은 밑그림을 그리고, 색상 전문가가 그에 맞는 색상을 개발하는 등 아직도 수작업으로 디자인을 한다. 이탈리아 패션업체 중 가장 많은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제냐다.

제냐는 1990년 후반 이후 다른 패션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토털 브랜드화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남성복 일변도에서 벗어나 여성복과 속옷, 스포츠 캐쥬얼과 악세사리 등 부가가치 높은 상품 개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화려한 외양을 지닌 패션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홍 성 민(보석디자이너) client@jewelbut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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