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SK 와이번스와의 국내 복귀전을 위해 인천구장에 나선 바람의 아들 이종범(31)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장엔 100여명의 보도진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고 3루측 관중석에 자리잡은 기아 관중 3000여명이 '이종범,이종범' 을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 그만큼 인천구장 분위기는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것처럼 뜨거웠다.
약간 상기된 얼굴의 이종범. 그는 후배 장일현이 양보한 해태시절 등번호 7번을 달고 경기전 배팅훈련을 시작했다. 기아 유니폼 속의 러닝셔츠엔 참을 인(忍) 자와 자신의 영문 이니셜인 J.LEE 가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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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프리배팅을 할 때마다 관중들은 박수를 치고 탄성을 지르며 야구천재 의 복귀를 환영했다. 약 30분 정도의 타격훈련 뒤 이종범은 "3년반 동안 공백이 있었는데 팬들이 이렇게 환영해 주니까 몸둘 바를 모르겠다" 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팬들은 옛날의 화려한 플레이를 원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엔 경기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경기감각을 찾는 게 최우선"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구천재' 의 등장을 시샘한 하늘이 심술을 부렸을까. 이날 인천구장엔 경기시작 40분 전부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결국 경기가 취소돼 이종범의 데뷔전은 2일로 미뤄졌다. 경기전 "가장 걱정되는 게 뭐냐" 는 기자들의 물음에 "비가 올까 걱정된다" 고 한 이종범의 농담이 들어맞은 셈.
경기가 취소되자 이종범을 보기 위해 일부러 휴가를 내 한국을 찾은 한 일본인 부부는 아쉬운 표정으로 내일을 기약 하며 발길을 돌렸다.
<인천=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