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와 제련소에 일자리를 얻으러 갔지. 고용자는 나더러 재향군인회에 가보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나.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라고 외치던 80년 저항 록의 기치를 드높인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미국의 암울한 실상을 록의 폭발음으로 파헤쳤다.
특히 'Born to Run' 'Downbound Train'등 일련의 히트 곡들은 현실의 과감한 지적을 통해 미래의 부푼 꿈을 제시했다. 그의 메시지에서 사람들은 절망 아닌 희망을 얻었으며 그는 미국 '노동자의 대변자'로 '80년 록의 대부'로 자리 잡았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아메리칸 드림을 록 음악을 통해 철저하게 해부했다면 안치환은 서태지 신화로 일기 시작한 90년 댄스음악의 호황 속에 선명한 정치의식으로 삶을 노래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외로운 섬'이다.
데뷔이래 안치환이 대중에게 들려준 메시지는 현실에 대한 질문과 각성, 그리고 사람에 대한 희망이었다. 데뷔 초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주도적인 멤버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저 창살에 햇살이’‘철의 노동자’로 이어지는 운동가요 다시 부르기는 안치환을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노래꾼으로 자리 잡게 했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인 행보는 '진보진영의 노래꾼'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 이전 안치환이 애 타는 목마름으로 이 땅의 현실을 직선적으로 표현하였다면 이후 ‘고백’을 비롯 ‘자유’‘우리가 어느 별에서’‘소금 인형'을 통해 자신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포크와 록을 넘나든 '내가 만일'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했으며, 그의 음악적인 모티브가 되어주었던 고(故) 김남주 시인을 추모하고, 어떤 순간에도 놓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희망과 삶의 자유를 노래했다. 최근 발표된 7집 앨범 'Good Luck'을 통해 안치환은 또 한번 이상과 희망에 대한 자유의 의지를 다짐한다.
특히 그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는 '13년만의 고백'에서는 작은 유혹 앞에 흔들리고, 어둠 속을 서성이는 자신을 향해 못질을 하고 꿈의 방향을 되묻는다. 이외에도 '매향리의 봄''철망 안에서''가을 은행나무 아래서''수선화에게'를 통해 안치환은 자신과 주위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향한 그의 믿음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가 13년간 꿈꾸어온 사람과 사회에 대한 믿음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기에 더욱 요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자유와 평등의 메시지를 놓지 않는 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