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유동성장세 임박"…펀드매니저 초긴장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28분


요즘 서울 여의도에서 활약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초긴장상태에서 주식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7월말 524포인트를 기점으로 크게 오르면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은 증시의 상승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데로 모아진다. 1월 1차 상승기에는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이 종합지수 상승률과 거의 같았다. 그러나 4∼5월 2차 상승기에는 주식형펀드가 종합지수보다 2.3% 뒤졌다.

▽돈은 많은데 갈 곳은 없어〓증시 관계자들은 언제라도 증시에 들어올 수 있는 부동자금 규모가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금이 갈수록 단기화 투기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본부장은 “투신권의 머니마켓펀드에 돈을 넣겠다는 고객은 많지만 저금리로 자금을 운용할 수단이 없어 받지 않고 있다”며 “머니마켓펀드 수신을 거부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이 자금 일부가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서 가격급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안전도에 무게를 두면서 눈치보기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은행권에 단기자금이 크게 몰리는 배경으로 이해되고 있다.(그래프 참조)

▽유동성장세 조건은 충분해〓여유자금이 많은 투자자들은 실질금리 마이너스상태에서 ‘어딘가 투자를 하긴 해야 하는데…’라며 고민중이다. 주식투자를 하기에는 아직 증시 주변여건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장세를 몰고 올 두 가지 요소인 ‘자금’과 ‘주식 저평가’는 이미 충족돼 있는 상태다. 이 본부장은 “유동자금 흐름의 폭발성을 감안하면 종합지수가 600대까지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선경래 수석팀장은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증시로 향하려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거나 종합지수가 확실하게 바닥을 찍어야 한다”면서도 “수개월 내 유동성장세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동성장세 시작됐다는 판단도〓종합지수의 움직임을 봐서 상승흐름에 편승하겠다는 ‘대응자세’는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마이다스에셋 오종문 이사는 “외국계 펀드매니저들은 은행 예금금리가 4%로 떨어진다는 점을 굉장한 모멘텀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유동성장세의 수혜주가 될 만한 주택은행 주가만 놓고 봐도 2만6200원(7월24일)에서 3만2300원(2일)으로 올라 너무 부담스러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부터 매입해야지’라고 눈치를 보다가 결국 흐름을 타지 못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마이다스에셋 오 이사는 “개인적으로는 종합지수 520대에 들어갔어야 옳았다고 본다”며 “만일 유동성장세가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해도 10% 정도의 손실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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