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안덕근(安德根) 교수는 11월 초 카타르 도하에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다자간(多者間) 무역협상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가 몰고 온 쌀시장 개방의 ‘아픈’ 기억에도 불구하고 ‘잃을 것’보다 ‘얻을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라운드에 포함될 농업분야의 추가 개방이나 금융 해운 전문직서비스 등의 의제는 국내 경제와 정치 사회 문화 등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큰 충격파를 던질 전망이다.
▼글 싣는 순서▼ |
![]() 上 예상되는 주요 의제 및 각국 입장 中 지금까지의 협상 흐름과 향후 전망 下 한국에 미칠 영향과 대책 |
▽잃을 것과 얻을 것〓뉴라운드를 맞는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여 있어 다양한 의제에 대한 이익과 손해를 분명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의제별 협상의 내용과 개방수준 등에 따라 ‘손익분기점’이 갈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UR의 기억을 되살리지 않더라도 한국이 가장 껄끄러운 분야는 역시 농업.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UR의 후속조치로 2000년 초부터 진행 중인 농업협상이 뉴라운드와 맞물려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2004년까지 쌀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근거가 된 ‘개도국 지위’를 보장받는 문제와 농산물 관세의 대폭 인하 등이 거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출보조금의 전면 폐지와 각종 국내 보조금 감축, 유전자조작식품(GMO) 문제 등은 모두 한국의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최대한 ‘방어’해야 할 이슈들.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국제경쟁력에서 뒤떨어져 있는 한국 농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서비스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선진국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해외자본이 대학 병원 등을 세우고 외국의 변호사나 세무사가 국내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스크린쿼터’가 폐지되면 국산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영화관이 나올 수도 있다.
반면 공산품 관세인하 문제는 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에 따르면 각국이 제안한 어떤 방식의 관세율 인하라도 한국 일본 아세안 국가 등의 수출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이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수산물 임산물 등이 공산품 분야에 포함돼 있어 한국의 수산업이나 어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나머지 의제들 중 한국의 이해가 가장 크게 맞물린 것은 반덤핑 부분. 대부분의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은 반덤핑 남용 제한에 찬성하지만 미국이 완강하게 반대해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의 잇단 반덤핑 조치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한국 정부는 반덤핑을 줄이기 위한 국제규범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정부의 준비 상황〓뉴라운드 협상에 대한 준비는 통상교섭본부가 주관하는 ‘뉴라운드협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98년 7월 발족한 이 위원회는 통상교섭조정관 주재로 각 부처의 통상관련 국장급 및 국책연구소 통상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의 입장을 논의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범정부 차원의 협의체 성격을 갖고 있다.
정부는 WTO가 9월 말까지는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각료회의선언문 초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곧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각료급 ‘경제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의제별 한국의 입장을 최종 조율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뉴라운드 등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통상문제가 빈발하고 있어 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통상관련 장관들이 참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가칭)를 곧 신설하기로했다.
정부는 농업분야의 경우 뉴라운드 협상에서 UR협상 결과인 ‘예외 없는 관세화’원칙에 따라 쌀의 관세화, 기타 농산물의 관세 및 관세상당치의 감축, 시장접근물량의 확대 등 강도 높은 시장개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뉴라운드가 본격 출범하면 농수산계, 노동계, 해운 및 항공업체 등 각 분야에서 이해 득실에 따라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최낙균(崔洛均) KIEP 무역투자실장은 “많은 분야 중에서 왜 하필 이 분야를 개방하느냐 하는 ‘경제적 님비(NIMBY)’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박중현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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