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 Diary]건달배우? 배우건달?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2분


연극수업을 끝내고 시내 상점에서 CD 음반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한 젊은 청년이 커다란 목소리로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와 마주치자 싱긋 웃더니 내가 들고 있던 연극대본을 쳐다보며 ‘배우’냐고 물었다. 내가 ‘아직 학생’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한 수 가르쳐 주겠다고 자청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담배 한 대를 꼬나물고 갖가지 얼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화난 얼굴, 슬픈 표정, 당황하는 모습 등 정말 배우 이상의 연기였다. 나는 순간 학교에서의 연극수업보다 그 청년에게 배우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그에게 ‘연극지도’를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내게 배우면 건달밖에 안된다”고 말하고는 휙 상점문을 열고 사라졌다.

저녁 식사시간에 우리는 각자가 그날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모두 한마디씩 하고 다음은 일곱살짜리 딸 루디의 차례가 되었다. 그러나 루디는 한참을 머뭇거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 엄마가 루디에게 재촉하자 루디가 말했다. “잠깐, 나 지금 다운로딩(downloading)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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