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외신고 제도는 무리다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12분


학교에서 부족한 공부를 집에서 보충하는 행위는 권장할 일이지 처벌할 대상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일률적인 과외금지가 자녀교육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과외금지 법률의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 상규(常規)에 어긋나게 고액을 받는 이른 바 기업형 ‘족집게 과외’이고 헌법재판소도 고액과외는 단속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교육부가 고액과외를 뿌리뽑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이 아닌 모든 과외교습자의 신고를 의무화하는 시행령을 제정하고 한 달 동안 신고를 받았으나 신고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고액과외는 신고를 외면했고 신고자는 월 수강료가 5만∼20만원으로 면세점 이하 용돈벌이 수준의 소액과외 교습자가 대부분이었다.

과외 교습자는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민했을 것이다.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차 100만원의 과태료, 2차 200만원의 벌금, 3차 1년 이하의 금고형이나 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신고를 하자면 절차가 번거롭고 사생활이 노출되고 소득세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증가 등의 부담이 따른다. 결과가 말해주듯 고액과외는 지하로 숨어들고 선량한 소액과외 교습자만 신고를 하는 선택으로 나타났다.

고액과외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워 모든 과외교습자의 신고라는 방법을 동원했다고 하나 예외적인 경우를 단속하기 위해 헌법이 허용하는 교육행위에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불편과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

고액과외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선결 요건이다. 소득계층과 지역에 따라 ‘고액’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행정의 어려움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편의를 위해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기본권적으로 보장되는 행위를 제약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미신고 고액과외 교습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하나 모기 보고 칼을 빼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의 감이 있다. 국가의 조세권이 징벌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세무조사는 결코 해결책이 아니며 세금 내기를 두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따른다. 사회적 폐해가 큰 고액과외에 대해 단속을 하려는 노력과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과연 국가가 규제와 형벌을 통해 모든 것을 바꾸고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임시 방편의 과외 단속보다는 과외가 필요없는 공교육과 입시제도를 갖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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