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친구와 함께 카페에 갔다. ‘아메리칸 커피’를 시켰는데 블랙 커피를 내오길래 종업원에게 크림을 좀 달라고 했다. 그러자 종업원이 퉁명스럽게 왈,
“‘아메리칸 커피’는 원래 블랙으로 마시는 거예요.”
미국 인디애나대 심미혜(38·사진) 교수는 이같은 ‘아메리칸 커피’ 일화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비유했다.
“미국인들이 실제 어떻게 커피를 마시는지 모른채 ‘아메리칸 커피’ 마시는 법을 강요한 종업원처럼 미국 교육 현장을 모른채 그들의 교육 이론만 따다가 국내 교육 정책으로 삼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심교수가 답답한 심정에서 최근 써낸 책이 ‘미국교육과 아메리칸 커피’(솔 출판사).
심교수는 서울대 사대를 졸업하고 6년 동안 중학교 교사를 하다가 미국 유학을 떠나 사회 교육을 전공했다. 현재 대학에서 미국 교사와 교육대생을 가르치며 초중고를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 이를 테면 한미 양국의 교육현장을 섭렵한 것. 심교수의 책에는 미국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모습이 담겨있다.
한국에서 최근 절대선처럼 받아들여지는 ‘수행평가’나 ‘열린 교육’도 미국 제도의 겉모습만 따간 것일 뿐 실제 미국 교육 현장과는 다르다는 것.
“미국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수행평가를 꺼립니다. 보통 미국 교사가 한학기에 맡는 학생수가 150여명인데 이들에 대해 정밀하게 수행평가를 하려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한국은 500명 정도 될텐데 어떻게 평가하나 모르겠어요.”
심 교수는 우선 교사 양성 교육을 이론 중심에서 미국 대학처럼 실무 위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교수방법, 평가모델, 수업지도안, 수업자료, 학급경영 방법, 학생 생활지도 방법 등을 구체적인 가르쳐서 ‘준비된’ 교사를 키우자는 것.
“저도 그랬지만 선다형 문제 출제의 ABC도 모른 채 교사가 됩니다. 선다형 문제를 낼 때는 ‘∼가 아닌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등 부정적인 질문은 내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중고생 시험지에 그런 문제가 수두룩합니다.”
교사 교육을 실무 중심으로 바꾸면 학생들의 창의력을 길러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지식을 가르치느냐 보다 지식을 어떻게 전해주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심 교수는 궁극적으론 교육정책의 초점을 ‘대입’에서 ‘대학 교육’ 자체로 옮겨야 현재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어느 대학에 가느냐로 일류, 이류가 갈리는 게 아니라 대학에서 얼마나 충실히 공부했느냐로 일류, 이류가 결정되도록 해야죠. 방법이요? 졸업을 어렵게 시키면 됩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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