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하반기 국내증시 640- 680포인트 적정"

  • 입력 2001년 8월 4일 13시 10분


"640포인트∼680포인트가 하반기 적정주가라고 생각한다. 금리인하에 따른 전세계 잉여유동성과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증시가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한다."

알프레드 박(34·한국명 박일수)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국내증시를 낙관적으로 본다. 내년 1분기 이후로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국내증시도 지루한 조정을 보일 것이란 비관론자와 달리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올연말까지 놓고 본다면 추가하락보다는 상승가능성이 크다는 게 박팀장의 결론이다.

그는 500포인트 중반의 국내증시가 하반기로 갈수록 바닥권을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순매수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증시가 640∼680포인트에 안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박 팀장은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에버츠베드포드 멕케버사(91년)와 아랍은행 서울지점(94년), SG에셋매니지먼트(98년)사를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동양증권에서 수석 투자전략가(Chief Strategist)로 근무하고 있다.

-은행 수신금리가 4%대로 진입하면서 회사채나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보는가.

▲장기적으로 볼 때 저금리가 개인이나 기업들의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을 변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즉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의 투자비중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당장 국내증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다고 기대하긴 힘들다.

가령 은행권의 4%대 금리는 확정된 수익률이지만 이보다 높은 주식투자 수익률은 불확실하다. 즉 주식투자에서는 고수익을 올리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잘 알고 있다. 특히 국내기업들은 경기사이클에 따른 수익규모의 부침이 심하다. 또한 경영투명성도 부족해 단순히 '저금리=주식투자비중확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은행권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이동하려면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통합은행(국민+주택)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더 내려도 마찬가지인가.

▲개인적으로 추가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압력요인이 많아 한국은행이나 시중은행이 금리를 더 내리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과 달리 국내 물가상승압력은 수요 측면보다 공급측면에서 발생한다.

즉 국제원유가격이나 채소류 그리고 인건비 등 제조원가의 상승으로 물가가 오른다(Cost push inflation). 정부가 이것을 통제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매우 제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금리인하가 주식시장으로 시중자금의 이동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다만 8월 10일 전후로 국내증시는 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추가금리 인하를 앞두고 반등할 것으로 본다.

-최근 외국인들이 우량은행주들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순매수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나.

▲외국인들이 우량은행주들을 매수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먼저 수익개선을 들 수 있다. 상반기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은행권의 수익은 현저히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저금리 기조 유지로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실적개선속도에 비해 우량은행들의 주가상승폭은 적어 외국인들이 매수하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우량은행들의 풍부한 유동성을 들 수 있다. 외국인들은 중장기적으로 국내증시를 좋게 보지만 단기적으론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 만큼 국내증시가 자신들의 예상과 달리 하락할 경우 즉각적으로 매도할 수 있는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들을 선호한다. 이런 2가지 이유가 맞물려 우량은행주들을 선호한다. 은행주들에 대한 외국인 매수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최근 미국 메릴린치증권에서 반도체주식의 투자등급을 무더기로 상향조정했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보는가.

▲아직 시기상조다. 메릴린치증권도 반도체 업황이 호전되고 있어 투자등급을 올린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여전히 과잉설비투자와 반도체 가격하락추세는 계속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일종의 '낙폭과대'에 따른 '단기투자등급 상향'으로 받아들인다. 상승추세로 전환되기엔 아직 이르다. 삼성전자도 24만원대가 현시점에선 저항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언제쯤 반도체 등 IT주식을 매수해야 하나.

▲올연말까지 투자할 경우 8월초부터 IT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이것은 미국과 국내증시의 IT주식이 'W'자 상승곡선을 보일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8월초순은 첫 번째 바닥권이다. 지금 매수해야 올연말 매도해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즉 계절적 수요에 따른 반도체 가격 반등과 경기바닥권 탈출 기대감으로 IT주식은 올 연말까지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IT산업의 과잉설비가 빨리 해소되지 않아 내년 1분기쯤 재차 하락할 것이다. 이때가 두 번째 바닥권이다. 이때부터 전세계 IT업계에서 인수합병 등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후 과잉설비투자가 해소되면서 IT주식은 재차 상승할 것이다. 국내증시도 내년 2분기이후 IT주식들이 상승을 주도하면서 대세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상반기 시장수익률을 초과한 내수 소비재는 현재도 투자가치가 있는가.

▲백화점 음식료 등은 이미 적정가치에 도달했다고 본다. IT주식보다 급락할 가능성은 적지만 현가격대에서 추가상승 여력은 거의 없다. 물론 현대차는 다소 예외다. 최근 현대차는 하반기 실적전망의 불투명성과 외국인 매수강도 약화로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재차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국내증시가 어느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는가.

▲640포인트∼680포인트가 하반기 적정주가라고 생각한다. 국내외적으로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9월중순에서 9월말쯤 이 가격대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일시적으로 700포인트를 넘을 수 있지만 이때는 가급적 매도관점에서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하반기 투자유망종목을 추천한다면.

▲올연말까지 염두에 둔다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보컴퓨터 등 IT업종 대표주를 권하고 싶다. 또한 저금리에다 국내증시의 단기반등으로 증권주들도 시세를 낼 것이다. 대우증권과 LG투자증권을 추천한다. 은행주들도 유망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유망한 종목이다. 건설업종도 마찬가지다. 물론 1년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할 경우에 한해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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