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설악산 일대 콘도업체 13곳에 ‘예약과 이용혜택’을 요구하는 협조공문을 보낸 속초지청 이모 지청장을 서울고검으로 전보 조처하는 한편 공문발송 경위, 이용 실태 등을 감찰조사하고 있다. 대검은 설혹 그러한 콘도업자들의 편의 제공이 과거의 관행이라 하더라도 지청에서 협조공문까지 보낸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공직 위신 실추행위이며, 이번 기회에 그 같은 잘못된 관행의 싹 조차도 철저히 잘라낼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 이른바 검찰이나 경찰 같은 힘있는 사정 수사기관과 그 종사자들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양반’의식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과거부터 콘도만이 아니라, 항공기 철도 선박이용 그리고 공항이나 기차역 이용시 보이지 않는 특별대우를 받아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시민 각자의 권리의식이 달라진 이 시점에는 변화에 걸맞게 의식의 구태(舊態)도 벗어야 하고 그릇된 관행도 버려야 마땅한 것이다.
바로 1년여 전에 낡은 의식과 법 경시 풍조를 확 바꾸어 놓겠다고 공언하며 ‘범국민 준법운동’을 시작한 것이 바로 검찰의 지휘부인 법무부였다. 당시에 법무부는 우리 사회의 무질서와 법 경시 풍조 원인으로 ‘전통적인 유교 사상에서 비롯된 온정주의 정실주의’ ‘지도층의 솔선수범 의식 결여’를 꼽았다. 그런데 속초지청의 이번 행위야말로 검찰 내부의 ‘정실 온정’을 해결하기 위한 일선 지청의 청탁이요, 검찰 스스로의 새치기 ‘솔선수범’, 콘도 정식회원에 대한 권익 침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법 질서 지키기는 공직부터 먼저 수범하고, 공권력을 쥔 검경부터 실천에 앞장서야 지켜진다. 영국에서 지난해 기름값 폭등으로 시위가 잇따랐던 때의 일이다. 찰스 왕세자는 정부에서 ‘공식활동에 필요한 비상용 휘발유를 내주겠다’고 했지만 이 제의를 뿌리치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해 버렸다. 영국이 법치의 모범국으로 꼽히고 국민들이 왕실을 외면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 정부의 위아래, 특히 힘있는 기관의 준법과 질서 지키기가 크고 작은 법치의 선결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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