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주 미 상무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관련 발표를 인용, 2000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초 발표된 잠정치 5.0%에서 4.1%로 거의 1%포인트 가량 낮아졌다며 4일 이같이 보도했다.
통상 미 상무부가 발표하는 GDP 성장률 확정치는 잠정치의 소수점 이하 숫자 정도만 고쳐지는데 지난주에 발표된 확정치는 과거와 크게 다르다는 것.
2000년 GDP 성장률 확정치가 큰폭으로 하향 수정되면서 신경제 옹호론자들이 ‘기적의 시기’로 간주해온 1997∼2000년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4.5%에서 4.1%로 낮아졌다. 특히 미국의 GDP 성장률이 97∼99년 연평균 4%의 꾸준한 증가세에 이어 2000년에는 10년 만의 최고치인 5%로 급등한 ‘오르막’ 성장이 아니라 97년 4.4%에서 2000년 4.1%로 하락한 ‘내리막’ 성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현재 둔화 국면에서 회복됐을 때 어느 정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새롭게 의문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지금까지 경제분석가들은 현재의 미국 경제 둔화가 97∼99년 4%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다가 2000년 ‘지속 불가능한’ 수준인 5%로 뛰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부작용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
이번에 경제성장률 관련 통계가 달라지면서 신경제 신화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노동생산성 통계도 달라지게 됐다. 노동생산성은 생산량을 노동시간으로 나눠서 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감소하면 생산성도 떨어지게 마련.
미 행정부는 이달말경 노동생산성 확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후퍼는 미국 GDP 성장률이 하향조정됨에 따라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98년 0.2%포인트, 99년 0.2%포인트, 2000년 1.2%포인트가 떨어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렇게 되면 당초 3.5% 안팎으로 추정됐던 지난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97∼99년과 비슷한 2.5%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과거에 비해 조금 나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 미국 기업의 수익률도 지난해 5.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며 이는 당초 추정치 10.3%의 절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