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베이징 여성회의에서 채택된 행동강령은 여성의 대표성에 대한 선거제도의 검토와 이에 따른 개정을 각국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여성할당제와 목표제, 여성 리더십 향상훈련 프로그램, 그리고 가정과 직장을 조화시킬 수 있는 조치 등을 도입한 국가들이 늘어났다. 2000년 유엔 여성특별총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알바니아는 선거인명부에 성평등을 보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했고 캐나다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1995년과 1997년 사이에 50%로 늘었다. 가나는 정책 결정직에 여성 40%를 배정하는 적극적 조치안을 채택했고, 이탈리아는 선거법에 적극적 조치를 포함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핀란드는 정부 조직에 한 성이 40% 이상 되도록 하는 할당제를 제안했다.
2000년 유엔 여성특별총회에서 단연 관심을 끈 것은 프랑스의 사례였다. 프랑스는 2000년 5월 의회에서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개헌안이 통과됨에 따라 ‘남녀 동수 공천’을 골자로 한 ‘남녀정치평등법안’이 제정됐다. 그리고 2001년 3월 이 법에 따라 첫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남녀 동수 공천제로 여성 시의원 비율이 40% 정도로 늘 것으로 전망했으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주민 1만5000명 이상의 시의회에서 여성 비율이 22%에서 47.5%로 급증했고 여성시장은 33명에서 44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이런 여성 후보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남녀 정치평등은 아직 멀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르몽드지는 논평을 통해 이 제도가 완전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느냐의 여부는 얼마나 많은 여성 당선자들이 부시장이나 재정과 지역발전 분야의 요직에 임명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고, 여성계에서도 요직 임명에까지 남녀평등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당법에 비례대표 후보의 30%를 여성으로 한다는 여성할당제가 있으나 의무조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어서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16대 여성의원의 수가 15대에 비해 2배 가량 늘었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확대돼야 한다. 양성(兩性)이 성별 균형을 이뤄 함께 입법활동에 참여해 법과 제도, 평등한 자원배분과 정책구조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성 평등사회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남성 정치인에게는 성 평등의식 프로그램을, 여성 정치인에게는 지도력 향상 프로그램을 상호 보완해 실시하고, 여성할당제나 목표제 도입과 이에 따른 정당 지원금의 차등 배분 등을 포함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방안이 적극 강구되길 기대한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전 교육인적자원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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