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타크' 리그 우승 여성 프로게이머 김가을

  • 입력 2001년 8월 5일 18시 41분


여성 프로게이머 김가을 선수(23·한양대 산업공학과 4년·사진)에게 전화로 인터뷰를 섭외했을 때 “사진은 안 찍으면 안될까요”라고 말했다.

외모에 자신이 없나 싶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160㎝의 아담한 키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 귀여운 표정이 여성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쑥쓰럽게 웃으며 말했다.

“여성 프로게이머들 중에 ‘한 미모’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러나 실력만큼은 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 유일의 여성 스타크래프트 리그인 한국인터넷게임리그(KIGL) 상반기 대회에서 무려 15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15연승은 누구도 세우지 못했던 대기록. 그는 이번 대회에서 연승 상금 350만원을 포함해 모두 1050만원을 챙겼다.

“운이 좋았어요. 그동안 여자선수끼리는 많이 싸워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아요. 실력도 사실 큰 차이는 없구요.”

초반 저글링을 이용한 공격적인 플레이, 유닛 숫자가 불리한 것을 뒤엎는 뛰어난 콘트롤 등이 돋보인다는 평.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15연승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하는 그에게 집요하게 물어봤다.

“이젠 도통했는지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일지 감이 와요. 그 예상이 번번이 맞아 떨어졌어요.”

순발력과 상대방을 앞서는 빠른 머리회전이 연승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게임구단 ‘게임아이 스틱스’에 소속된 그는 1800만원의 연봉(한달 150만원)을 받는다. 하숙비 30만원, 집에 50만원을 보내고 나머지를 용돈으로 쓴다. 같은 나이 또래에 비해 적지 않은 편이다.

여성스런 외모와는 달리 강도경 홍진호 등 연하의 남자 프로게이머가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털털한 성격이다.

“게이머가 되기 전까진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게이머가 된 뒤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어요.”

프로게이머 성적은 좋지만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밤새워 연습을 하다보니 학교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아직도 부모님은 걱정하시지만 이젠 게임 쪽으로 확실히 진로를 잡았어요.”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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