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비숍여사와 박세리

  • 입력 2001년 8월 6일 18시 19분


한국과 영국은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딱 부러지게 답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이 영국을 알기 훨씬 전부터 영국은 한국을 알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영국은 이미 1598∼1600년 해클루트가 발간한 ‘영국의 주요 항해와 발견’을 통해 한국을 알았다. 1797년에는 측량을 위해 아시아 해역을 항해하던 브로튼 선장이 ‘프로비던스’호를 타고 부산에 상륙했고, 1832년 한국을 다녀간 거츨라프 목사는 ‘중국연안 항해기’를 통해 한국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런 소개를 일반인이 접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100년 전의 한국을 가장 진솔하게 묘사해 오늘날까지도 인용되는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은 이를 증명한다. 한국을 네 번이나 다녀간 뒤 1898년에 나온 그 책에는 “1894년 겨울 내가 한국으로 떠나려 할 때 많은 친구들은 한국의 위치에 대해 과감한 추측들을 했다. 한국은 적도에 있다. 아니다. 지중해에 있다. 아니 흑해에 있다하는 식의 별의별 말들이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한국과 영국은 1883년 우호통상조약을 맺어 수교한 지 100년이 넘었고, 영국에서는 두 나라의 관계를 한영우호 200년으로 기술한다. 그동안 두 나라의 교류는 끊임없었고, 상대를 이해할 기회도 많았다.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방한한 일, 세계 속의 한국을 입증한 1988년의 서울올림픽,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 영국군이 참전한 일, 한국이 하계올림픽사상 처음으로 태극기를 앞세우고 참가한 1948년 런던올림픽 등등.

▷오래 전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박세리, 그리고 김미현 때문이다. 골프 발상지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한 영국의 한 골프경기에서 한국의 낭자가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으니 영국사람들에게 남겨진 한국의 인상은 어떻겠는가. 마찬가지로 한국사람들도 박세리 등이 아니었다면 런던 근처의 작은 도시에 그토록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100년 이상의 상호이해 노력을 뛰어넘는 쾌거였다면 과장일까.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한국의 매력을 ‘미래의 가능성’으로 꼽은 비숍 여사의 말도 다시금 곱씹게 된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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