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품을 제작할 때 전체적인 구도를 잡는 것 이외에는 색깔을 처음부터 정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색깔을 덧칠하며 수없이 작품과 대화를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내 자신의 독백과, 그때 그때의 감정들이 작품 속으로 자연스레 배어든다.
내 작품은 표면이 푸르게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붉은 색도 있고 녹색도 있고 혹은 다른 어떤 색이 배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많은 겹칠들(60, 70번 혹은 그 이상)은 다른 어떤 색깔들이 지니지 못한 깊이를 갖게 된다.
화가로서 관람객에게 바란다면 그들 스스로가 나의 그림을 통해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은 구체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느낌이겠고 아마 과거 어떤 기억의 일깨움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여름 바닷가의 노을과 그 바닷빛, 울창한 숲 속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이 비추는 수목의 색깔, 군에 가는 아들을 잡고 울던 어머니의 빛바랜 스웨터 색깔.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아물아물한 기억 저편의 사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문화가 공존하며 서로 뒤얽혀 있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나는 우리 전통 한지(韓紙)를 사용해 그 위에 색칠하고 또 색칠한다. 뉴욕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수많은 예술가들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이들 속에서 나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고 싶다.
◇박정환 개인전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트
#입장료 없음
#02-7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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