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오에가 걸어온 길은 미시마나 이시하라와 전혀 달랐다. 오히려 미시마처럼 황국만세를 부르며 자위대 옥상에서 자살하는 우익광기를 싫어했다. 오에는 1960년 사회당 당수가 우익청년에 의해 암살당한 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정치소년 죽다’라는 반(反)우익 소설을 써서 우익의 격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에 참여하고 70년대에는 한국의 저항시인 김지하 구명운동에도 나섰다. 참여 작가인 그에게 신좌파라는 이름도 곁들여졌다.
▷이시하라는 작가 타이틀을 밑천으로 정치에 나섰다. 자민당의원 대신을 거쳐 지금은 도쿄도지사. 우익 정객의 대표격이다. 오에가 이번에 그 이시하라를 비판했다. 왜곡된 중학 역사교과서를 장애학교에 공급하게 한 이시하라 지사가 ‘국제감각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오에는 “‘일본이 최고다’라고만 가르치는 것은 특히 장애아에게 좋을 수 없다. 그 책에 반대가 많은 마당에…”라고 개탄한다. 오에에게는 뇌성마비 외아들이 있다.
▷오에는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왜곡교과서를 반대하는 쪽에 서있다. 일본에 불리한 난징(南京)학살, 군위안부 같은 것을 빼고 가르치는 ‘쇄국적(鎖國的)’ 자세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오에는 근년에 미국 대학에 교수로 머물면서 일본인의 역사인식에 관해 여러 나라 대학생들과 토론한 경험도 털어놓는다. “토론에 앞장서는 것은 일본의 피해자인 한국 대만 학생이 아니었다. 오히려 유럽 중남미 학생들이었다.” 일본에 이런 작가, 국제감각의 ‘열린 지성’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