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송원국(22)이 ‘끝내기’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그가 등장하면 경기는 그의 손놀림으로 끝이 나버린다.
8일 프로야구 두산-현대전. 4-5로 뒤진 9회말 2사후에 동점을 만든 두산은 2사 2, 3루의 찬스에서 홍성흔 대신 송원국을 마지막 ‘히든카드’로 썼다. 결과는 대성공. 송원국은 현대 신철인을 오른쪽 안타로 두들기며 기적 같은 9회말 2사후 역전승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가 대단한 것은 올해부터 1군 무대를 밟은 사실상의 신인임에도 결정적인 고비마다 제 몫을 해냈다는 점. 대타로 6차례 나가 3안타를 뽑아냈고 이중 2개가 끝내기 안타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데뷔 첫 타석인 6월23일 잠실 SK전에선 9회말 2사후 끝내기 만루홈런을 쳐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데뷔 첫타석 끝내기 만루홈런은 국내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나오지 않은 진기록.
98년 입단한 내야수 송원국은 지난해까지 3년간 1군 무대에 단 한번도 뛰어보지 못한 무명타자. 광주일고 시절 재치 있는 야구센스와 폭넓은 수비, 날카로운 배팅으로 주목받았으나 프로입단 이후 간염과 팔꿈치 부상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뾰족한 송곳은 언젠가는 튀어나오기 마련’. 2군에서 칼을 갈다 한번 기회를 잡은 송원국은 이제 팀 내 최고의 대타요원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그는 “주전 2루수가 되는 게 목표지만 지금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만족한다. 매게임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주전을 차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12경기에서 시즌 성적 24타수7안타(0.292)로 아직은 초라하지만 송원국은 올 시즌 자신의 이름 석자를 팬들에게 강하게 심어준 것만으로도 성공한 한해가 될 듯싶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