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대통령, 고정환율제 도입가능성 시사

  • 입력 2001년 8월 10일 08시 06분


필리핀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9일 필리핀이 필요할 경우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페소화를 달러에 페그(고정)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마지막날인 이날 콸라룸푸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통화 방어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로선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통화 투기꾼들이)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98년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아시아 위기로부터 자국통화를 보호하기 위해 "환규제의 용단을 내린 점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지난 90년대 초 이후 외환시장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필리핀이 말레이시아와 달리 외환보유 규모가 작기 때문에 설사 원하더라도 외환시장을 통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의 외환보유고는 7월말 현재 143억달러로 동아시아에서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익명을 요구한 필리핀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시장을 통제할만한 경제 기반이 없다"면서 "말레이시아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통화 관계자도 필리핀이 환규제를 강행할 경우 달러가 대거 이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당국은 지난 1~4월 중순 달러당 47.50~49.50페소이던 통화 가치가 7월초이후 53 수준으로 급락하자 환율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이 둔화되면서 목표치인 50 수준을 회복하지못하고 있다. 페소는 이날 아로요의 발언이 나온 가운데 전날보다 환율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53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8일의 환율은 53.150이었다.

아로요 대통령은 필리핀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정부가 은행 산하 통화정책위원회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환율안정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콸라룸푸르=AP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