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맥도널드를 대신해 아스테릭스 버거가, 디즈니랜드에 맞선 아스테릭스 파크가 프랑스 국민들의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인에게 아스테릭스는 만화이기 이전에 문화 그 자체로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다. 이 만화가 그토록 프랑스 국민은 물론 유럽인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바로 ‘너무도 유럽적’이기 때문이다.
유럽 여러 나라는 물론 중동,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방방곡곡에서 벌이는 두 주인공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의 모험담 속에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성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즐겁게 웃으며 읽는 사이에 이 책은 세계의 풍물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학습만화의 역할을 한다.
1959년 처음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30여권에 이르도록 한결같은 우데르조의 그림과 꼼꼼한 화면구성도 흠잡을 데 없지만, 르네 고시니의 뛰어난 문장과 해학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탁월한 것이다.
이 만화는 무려 30여개국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억 부에 이르는 천문학적 판매 부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라틴어판은 라틴어 어학교재로, 프랑스어판은 이웃 독일의 대학에서 프랑스어 학습 교재로 채택하고 있을 정도이니 이 만화에 대한 평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만화는 의외로 미국이나 아시아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한 어린이 월간지에서 부록으로 번역 발행한 것을 비롯,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거대한 만화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역시 이 만화가 너무 유럽적이라는데 있다. 만화 한칸 한칸은 물론 전편의 그림과 대사에 녹아들어 있는 유럽의 문화와 역사, 국민성, 교묘한 언어의 유희는 번역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며 이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보석과 같은 절묘한 유머와 개그를 거의 다 흘려버릴 수밖에 없어서 읽는 재미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만화를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중점을 두고 읽으면 그 가치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스토리 자체보다도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담겨있는 유머, 그리고 유럽인들의 의식구조를 정말 공부하듯이 음미하고 연구하며 읽어야만 참 맛을 즐길 수 있다.
이 만화는 벌컥벌컥 들이키는 갈증 해소용 소프트 드링크 같은 만화가 아니다. 천천히 조금씩 마시면서 그 향과 맛을 코로 혀로 마음으로 느끼는 향기 높은 차(茶)와 같은 만화이다. 르네 고시니 글, 알베르 우데르조 그림, 각권 60쪽 7000원 문학과 지성사
이원복(만화가·덕성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