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부모에게 물어봤더니 자녀가 부모와 함께 야구 경기를 관람한 이야기를 적어 가는 방학 과제물 때문에 그런다고 했다. 어떤 학생은 야구장 주변의 쓰레기통을 뒤져 이미 끝난 경기 때 관람객이 버리고 간 표를 구해서 간다. 학생들은 야구경기장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장과 공연장에서도 이 같은 일이 흔히 벌어진다고 했다.
꿈 많은 어린 학생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주는 현장학습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경기나 공연을 보지도 않고 다녀온 것처럼 꾸미는 것은 학생들에게 현장 학습체험 이전에 거짓말부터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아가 이는 부정과 타협하고 비리의 본능을 터득하게 만든다.
어른들이 자녀를 생각한다는 마음에서 부지불식간에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는 현장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학생들이 이런 부모들 때문에 마음이 병들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중병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현장학습을 다녀오지 못했다면 차라리 그런 사정을 솔직하게 적어 과제물 대신 내는 것이 올바른 교육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정직보다 편법을 가르치는 사회풍조는 없어져야 한다.
이 대 규(경기 수원시 권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