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반대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대공황 이후 미국경제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불황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미국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미국 경제의 현실은 ‘유동성 덫’에 걸린 일본을 연상시킨다.
만에 하나 디플레이션이 진행된다면 지금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경기 회복 및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은 요원한 일이며 실업 확산과 소비 감소가 현실화해 불황의 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평가와는 달리 대부분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디플레이션 위험, 즉 미국이 제2의 일본 경제가 되는 상황까지는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 금주에 발표될 소비자 물가지수는 크게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최근 생산자 물가지수가 하락한 것도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급락이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생필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지수(Core rate)는 오히려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수요 부분의 감소가 크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경제에서 연간기준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락을 보인 것은 1949년 이후 한번도 없었다. 그만큼 디플레이션이란 용어는 미국경제에 한해서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을 뿐이기 때문에 큰 우려를 하지 않는 것도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계속되는 금리 인하와 세금 감면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등 자산가치의 하락과 수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미국경제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이번주에 발표될 소비자 물가지수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의미에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점검해야겠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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