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김남주, '그 여자네 집'으로 인기 절정

◇"영욱은 내 그대로의 모습 따로 연기할 것도 없어요"

9일 오전 촬영장(서울 안암동 고려대 인근)에 세워둔 자신의 밴 승용차(미국산 스타크래프트) 안에서 졸고 있던 김남주를 깨웠다.

-이 드라마의 김정수 작가가 촬영 전 “김남주에게 앞치마를 입혀 보이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속으로 웃었다. 그런데 그렇게 됐다.

“아줌마 역을 맡으면 ‘리스크’가 크다는 건 나도 안다. 최근 출연한 드라마 중 제대로 히트한 것이 없어서 거의 도발하는 심정으로 나섰다.”

-얼마전 KBS2 ‘서세원쇼’ 등에 출연한 것을 TV로 봤다. 김남주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도시풍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다. 그런데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것을 보니 평소 술 잘 먹고 남자 후배들도 많이 따른다는 면을 부각시키려 한 것 같았는데….

“데뷔 7년 만에 제대로 된 내 모습을 보여주는데, 당신 같으면 TV 토크프로그램에 나와 가만있겠나. 나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윈 후 징그럽도록 가난하게 살았다. 또 탤런트로 데뷔하기 전에는 말단 공무원(당시 경기 송탄군청 근무) 생활을 했다. 그런데도 방송국에서는 내 친구들 중에도 없는 도시풍 커리어우먼의 배역을 내게 맡겼다. TV토크쇼에서 내 원래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려는 것 뿐이다.”

김남주는 뛰어오느라 그 때까지 땀을 흘리던 기자를 보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열어 음료수를 뒤적였다. 됐다고 했는데도 무슨 아이스티를 끄집어내더니 휴지로 마개 주위를 세 번 닦고 직접 따서 건넸다.

-동료 연예인들한테도 평소 잘 하나?

“SBS 드라마에서 온통 깍쟁이 역을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잘 붙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여자네 집’에 같이 출연중인 윤태영 이서진이 ‘서세원 쇼’에 나와 ‘술 먹으면 애교 2만점’ ‘가끔 뽀뽀도 해준다’고 나에 대해 ‘증언’한 것 기억 안나나.”

이야기를 하다가 라디오 소리가 시끄러웠는 지 스위치를 껐다. 오랜만에 타 본 밴이라 안을 한번 훑어봤다. 사실 연예인들에게 밴은 이동 수단 이상이다. 하루 식사의 절반과 토막 잠을 해결하고 탈의실로도 쓴다. 집 빼놓고는 가장 은밀한 공간이다. 김남주의 밴 뒷 좌석에는 30여벌의 의상, 용도를 알기 힘든 수많은 속옷, 흙 묻은 운동화와 하이힐 등이 널려 있었다. 차는 새 것이었다.

-지금 잘 된다지만 서른 넘어 뒤늦게 자기 색깔 찾은 게 억울할 것 같다.

“집 나간 강아지가 돌아온 듯한 심정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되찾아 원망하지는 않지만, 문제는 나 같은 경우가 한둘이 아니라는 거다. 연기자는 정말 ‘결’대로 키워야 한다. 이번 드라마에서 ‘일상의 힘’을 실감했다”

-‘일상의 힘’이라니?

“현실 그대로 보여주는 게 시청자에게 어필한다는 뜻이다.”

-오래 사귀었다는 남자 친구(금융업종에서 일한다고 함)는 요즘 뭐라고 하나?

“드라마보면서 내가 울면 자기도 운단다. 이런 거 말고 내가 출연하는 영화 ‘아이 러브 유’에 대해서나 좀 물어봐라.”

‘아이…’는 김남주 오지호 주연의 멜로영화로 김남주가 처음 출연하는 영화. 25일 개봉 예정이다. 김남주는 이 영화에 대해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사랑을 다룬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