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날 당시 수t의 문서를 국립문서기록처(NARA)에 넘겨주었다. NARA는 이 문서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클린턴 대통령 자료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일종의 실록청이다. NARA는 넘겨받은 것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영부인이 이곳저곳에 보낸 개인 편지와 문서도 수집한다. 법에 따라 모든 대통령이 남긴 기록은 5년 동안 공개할 수 없다. NARA는 클린턴 퇴임 5년이 되는 2006년 1월 개관하는 클린턴 도서관에 이를 넘겨준다.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작성된 문서도 같은 절차를 밟게 된다.
▷세계에 자랑할만한 기록문화의 전통이 이어지지 않은 것은 식민지와 전쟁의 혼란을 거치며 기록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광복 후 독재정권들은 부당한 권력행사를 은폐하기 위해 ‘문서 보고 후 파기’를 원칙으로 하거나 ‘구두 보고의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다. 통치사료 비서관을 두었던 전두환 대통령은 퇴임하면서 회의록은 물론 수석비서관들이 작성한 문서까지 연희동 사저로 옮겨놓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대통령과 비서실이 작성하는 문서와 기록은 그들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이다. 대통령 관련 기록물의 보존을 의무화한 공공기관 기록물 관리 법률이 제정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현 정부는 정권 교체 시기에 일부 부처의 기록 파기 소동을 겪고 나서 이 법을 만들었으나 스스로 잘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문서와 기록은 행정 행위의 투명성 정당성을 보증하는 장치이며 후세를 위한 역사 기록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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