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아이들은 우리가 자랄 때처럼 함께 어울려 노는 것보다 TV나 비디오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 생활을 잘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럴 때 ‘연극놀이’를 시켜보면 어떨까. 연극놀이란 말 그대로 아이들이 직접 배우가 돼 연기를 하는 것. 하지만 단순히 각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활동이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림주택문화관. 20여명의 아이들이 본격적인 연극놀이에 앞서 몸풀기를 하고 있었다. 한 친구가 나서서 독특한 행동을 하면 다른 친구들이 따라하는 ‘나처럼 해봐요’ 놀이.
이어 멕시코인으로 분장한 교사가 앵무새와 친구가 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연극놀이가 시작됐다. 앵무새 인형을 만들어 이름을 붙여주고 모이도 주고 함께 숲 속을 탐험하기도 하고, 앵무새 목소리와 몸짓을 진지하게 표현해보기도 하고….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내내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 놀이연극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공연연습을 한 13일 서울 혜화동의 한 문화공간. “무궁화 꽃이 수영을 합니다”라는 지도교사의 얘기가 떨어지자 15명의 ‘꼬마 배우’들이 제각각 자기표현을 해본다. 어떤 표현을 하든지 선생님의 칭찬이 뒤따른다.
이 같은 연극놀이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극단 사다리의 사촌격인 ‘사다리 연극놀이연구소’(www.sadari.org, 02-499-3487). 다음달부터는 세종문화회관, 삼성어린이박물관과 함께 유아반(6∼7세)과 초등학교 저학년반(1∼3학년)으로 나눠 10주짜리 어린이 연극놀이교실을 연다.
사다리 기획담당 김지연씨는 “소극적인 어린이는 물론 지나치게 활달해서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다”며 연극놀이의 장점을 설명했다.
자기표현을 하다보면 소극적인 성격을 바꿔놓을 수 있고, 뭐든지 먼저 나서려는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의 호응이 필수적인 ‘모둠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공동체의식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자신만의 개성표현과 사회성 발달이라는 어쩌면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교육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연극놀이라는 설명이다.
혜화동 연극교실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연극놀이를 시작하면서 독선적인 아이의 성격이 많이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의 연극을 완성하려면 대사와 행동, 음악, 음향효과를 내야 하는 시기 등을 서로 약속하고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지영(33·서울 노원구 상계동) leejy68@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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