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는 한국 근대사의 흔적을 추적해온 건축사학자 김정동 교수(목원대)가 그간의 결과물을 담은 책 ‘일본 속의 한국 근대사 현장’(하늘재)을 펴냈다. 그는 요즘 출간 소식을 접한 재일동포 노인들로부터 이같은 격려전화를 종종 받는다.
김 교수는 20여년간 100여차례에 걸쳐 일본을 드나들며 한국 근대사의 숨결이 묻어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김 교수가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일본 속 한국’의 모습은 일본 남단 오키나와(沖繩) 섬에 있는 수리성(首里城). 그 곳에서 김 교수는 뜻밖에도 서울의 남대문을 만났다.
“남대문을 숭례문(崇禮門)이라고 하죠? 오키나와에 있는 수리성(首里城) 입구에는 슈레이몬(守禮門)이라고 있어요. 숭례문의 의미와 동일하죠. 그 뿐 아니에요. 궁전 정문인 환회문(歡會門)을 보면 기왓골, 처마 곡선이 우리나라 건축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하는 걸요.”
전문가의 눈에 ‘감’으로 감지된 사실들을 저자는 일반인이 납득할 수 있도록 역사적 사료를 통해 검증했다.
수리성과 포첨성(浦添城), 승련성(勝連城) 등지에서 ‘고려의 기와 장인이 만들었다(癸酉年高麗瓦匠造)’는 명문이 새겨진 기와가 출토된 사실, 조선의 도공이 오키나와 지방으로 건너가 정전 기와지붕 위에 얹힌 장식 도자물을 제작한 사실 등을 밝힌 것.
이 외에도 3.1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2.8 독립선언의 현장, 고종의 특사들이 머물던 ‘엔료칸(延遼館)’,일본에 건너온 고구려인들이 지었다는 고마(高麗)신사 등지를 김 교수는 건축사학자의 예리한 눈매로 읽어내렸다.
김 교수는 취재여행 동안 부끄러운 과거를 은폐하려는 일본인들 때문에 적지않은 고생을 했다. 협조를 요청했지만 사진촬영조차 거부당한 적이 부지기수.
그러나 김 교수는 “우리의 근대사를 빼앗은 일본의 현장에서 조상들의 족적을 찾아 역사를 복원하는 일은 분명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곧 취재차 일본에 간다”는 김 교수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