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국민연금 부실화와 의료보험 정책 파행 등으로 앞으로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연금과 각종 보험료 국민부담 높아=재경부에 따르면 사회보장기여금은 97년 14조6787억원에서 지난해엔 22조8200억원으로 증가했다. 4년동안 55.8%나 부담이 늘어난 것. 이 항목엔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산재보험료와 같은 각종 보험금에다 월급에서 떼는 연금도 들어 있다. 같은 기간에 조세부담은 97년 88조원에서 2000년 113조원으로 28.5% 늘었다.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이 세금부담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국민부담률은 70∼80년대엔 10%대에 그쳤으나 93년에 20.4%를 보인 후 20% 안팎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중산서민층 생활보호 등 갖가지 명목의 복지정책을 펴면서 세금과 보험료·연금부담이 해마다 늘어났다는 것.
▽정부, "OECD국가중에는 아직 낮다" =재경부는 OECD에 이런 자료를 제출하면서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OECD 국가에 비하면 아직도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OECD 회원국의 평균부담률이 37.0%나 되고 한국은 일본에 이어 28위" 라고 밝혔다. 29개 회원국중에서 멕시코(16.0%)만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부담이라는 설명. 그러나 한국과 경제규모 및 사회풍토,복지의 질적수준에 차이가 있는 선진국들과 이 수치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금 부실, 국민부담 가중 요인=문제는 앞으로도 이 부담이 결코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세금부담이 여전히 높은데다 국민연금 운용부실화 때문에 연금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수혜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 정부가 획기적으로 세금부담을 덜어주지 않는 한 국민부담률은 당분간 26%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부담률 논쟁은 정부의 감세(減稅)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사회보장 기여금이 늘어난다면 국민부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결국 세금을 줄여주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세수(稅收)감수로 재정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수 있어 적잖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