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승객이 너무 많아 나는 손잡이조차 차지하질 못했다. 양다리에 힘을 주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덜컹’하는 바람에 나는 얼굴을 앞사람 등에 파묻고 말았다. 아니나다를까. 그녀의 흰 티셔츠에는 나의 루주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옆 사람들 눈치만 살피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다음 정거장에서 살며시 내렸으나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하다.
밤 10시경 웨스트 사이드 고속도로 길목에 들어섰다. 그러나 앞차들이 멈칫거리며 나아가질 못했다. 트럭 한 대가 저만치서 꾸물대고 있었다. 2시간이나 더 달려야 할 나는 그만 짜증이 나서 앞차들을 추월했다. 그리고는 문제의 큰 트럭을 또 앞지르려고 틈새를 엿보고 있는데 트럭의 광고간판이 보였다. 녹빌 장의사. 나는 그만 섬뜩해서 차를 서서히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