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 Diary]루주자국 만원지하철이 유죄

  • 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35분


9호선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승객이 너무 많아 나는 손잡이조차 차지하질 못했다. 양다리에 힘을 주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덜컹’하는 바람에 나는 얼굴을 앞사람 등에 파묻고 말았다. 아니나다를까. 그녀의 흰 티셔츠에는 나의 루주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옆 사람들 눈치만 살피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다음 정거장에서 살며시 내렸으나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하다.

밤 10시경 웨스트 사이드 고속도로 길목에 들어섰다. 그러나 앞차들이 멈칫거리며 나아가질 못했다. 트럭 한 대가 저만치서 꾸물대고 있었다. 2시간이나 더 달려야 할 나는 그만 짜증이 나서 앞차들을 추월했다. 그리고는 문제의 큰 트럭을 또 앞지르려고 틈새를 엿보고 있는데 트럭의 광고간판이 보였다. 녹빌 장의사. 나는 그만 섬뜩해서 차를 서서히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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