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학계와 재계에서 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국제통화기금(IMF)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세계외환시장에서는 “미국 외환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미국정부는 아직 ‘강한 달러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강도는 이전보다 약해진 상태.
미국은 그동안 달러화 강세정책을 통해 전 세계 자본을 끌어 모았다. 10여년간의 장기호황으로 해외자본이 앞다퉈 몰리면서 주가가 오르고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메우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최근 미국 내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즉 달러화 강세로 미국 내 제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저하돼 주가가 떨어지고 경기회복 기미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 정책의 유지가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미국의 작년도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4354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한다. 이는 미국이 달러 약세 정책으로 전환했던 85년의 GDP 대비 3%보다 훨씬 높은 수준.
그러나 달러화가 약세추세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우선 강한 달러의 포기는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졌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국제금융센터 김종만 연구분석팀장은 “미국이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할 경우 미국 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자본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유럽으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주가폭락 등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주므로 미 정부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경기가 한동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엔화강세가 계속 이어지기도 어렵다. 한미은행 유현종 외환딜러는 “일본 정부가 구두개입을 통해 엔화강세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로 떨어지면 원-달러 환율도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