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출금리 인하 시늉만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11분


시중은행이 실세금리 하락에 발맞춰 예금금리를 사상 처음 4%대로 내렸지만 대출금리 인하에는 매우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결정의 근간이 되는 우대금리(프라임 레이트)는 놔둔 채 적용대상이 적은 실세금리연동형 상품의 금리만 내려 실제로 혜택을 받는 고객은 매우 적은 실정.

은행들이 적용하는 우대금리는 9.5∼9.75% 수준으로 대부분의 고객은 여기에 가산금리를 얹은 11∼13%의 고금리를 물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00년 1월 우대금리를 9.75%에서 9.5%로 내린 뒤 한번도 조정하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6월말 현재 7조1133억원으로 이중 우대금리 연동대출과 고정금리대출이 무려 93%를 차지한다. 반면 CD연동대출은 7%에 불과하다.

3개월 CD연동대출은 7.1%로 우대금리보다 2.4%포인트 낮지만 혜택을 보는 계층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은행측은 올해부터 시장금리 연동형 대출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대금리가 9.5%인 주택은행의 주택자금대출잔고는 21조4000억원으로 이중 우대금리 연동 43%이며 6개월, 12개월 변동금리 대출이 57%를 차지한다.

한빛은행도 우대금리(9.75%) 연동 대출이 전체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CD금리연동대출금리는 6%대로 떨어졌지만 기존 우대금리고객은 3%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

금융계 관계자는 “금리인하는 신규가입고객과 변동금리상품을 선택한 고객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작년까지 주류를 이뤘던 우대금리 연동대출고객은 금리인하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내릴 경우 예대마진 수익이 수백억원씩 줄어든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나 그동안 수천억원씩 이익을 냈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주택은행은 18일부터 주택담보 가계대출 기준금리를 0.3%포인트, 개인신용대출은 0.2∼0.7% 내린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가계신용대출금리를 0.25%포인트,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금리를 0.3%포인트 인하했다.

<김두영·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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