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한 ‘분별 없는 욕설’은 되뇔 가치조차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욕설 발언’이 문제되고 당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데도 당사자는 고작 “×이라는 표현은 심했다”는 정도로 얼버무린 점이다. 한나라당이 영수회담을 제의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진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나온 것도 한편 수긍할 만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준 이하의 발언 한마디로 영수회담 자체가 무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냉정하게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어야 한다. 국민은 어느 쪽의 잘잘못을 떠나 여야의 끊임없는 정쟁(政爭)에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이러한 때에 어렵게 말이 나온 영수회담이 열어보지도 못하고 무산된다면 어쩌겠는가.
우리는 안 최고위원에게 민주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라, 말라 할 생각은 없다. 우리가 보다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안 최고위원이 갖고 있는 야당에 대한 적대적 의식이 행여 여권 핵심의 공통된 생각이 아니냐는 점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얼마 전 “정권이 바뀌면 피바다가 될 것이다”는 식의 섬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정권을 다투는 여야 정당이 서로를 비판하고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 보편의 규범과 상식의 선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상대를 적대하며 욕설을 해대는 수준으로는 감히 민주주의 정치를 한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희편 우리편 식의 적대적 편가르기로 분열되어 있다. 이를 추스르고 통합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고 상대적으로 그 큰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 그런데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 오히려 적대와 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집권여당은 안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야당은 물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막가는 정치’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해야 한다. 일방적 우월주의와 왜곡된 열등감이 결합된 독선으로는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서로간의 신뢰 없이는 화해와 협력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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