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가 그리스 파나마 등 미국과의 항공교통 비중이 낮은 나라의 안전등급을 낮춘 일은 있지만 한국처럼 중요한 항공시장에 대해 이러한 조치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FAA에서 2등급으로 분류한 국가는 방글라데시 우루과이 잠비아 등 25개 국가로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후진국이 대부분이다. 경제적인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다.
FAA의 조치는 정부의 항공안전 감독체계에 낙제점을 준 것이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민간항공사들이 받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노선에서 신규취항 증편 기종변경 편명공유(코드셰어)의 제한을 받는 것은 물론 이미지 손실이 주는 타격도 적지 않다. 경기침체로 인한 여객 및 화물 감소 등으로 대한항공은 상반기 영업 손실이 1494억원, 아시아나 항공은 1563억원에 이르는 터에 이번 조치로 연간 22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99년 상하이공항 화물기 추락사고 이후 중단된 미국 델타항공과의 코드셰어 회복은 물론 미국령 괌 사이판 주 7회 신규운항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2002년 월드컵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안전 등급이 빨리 회복되지 않으면 두 항공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FAA는 전문기술 인력의 부족, 조종사 재교육 프로그램 미흡, 사고조사의 부적절, 항공법령 등을 시정하라고 한국에 요구했다. 건교부 항공국은 세계 10위 규모의 민항 업무를 총괄하는 기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영세하다. 항공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통과가 불투명하다. 오장섭(吳長燮) 건교부장관은 미국이 사전통보를 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고 분통을 터뜨렸으나 그만큼 우리의 대미외교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삐걱거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FAA의 제재기간은 통상 1년이지만 이스라엘은 한달 만에 2등급에서 벗어난 선례가 있고 그리스나 일본은 6개월 만에 1등급으로 조정됐다. 지금부터라도 항공법 개정과 항공인력 교육훈련 준비를 서둘러 1등급 회복 시기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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