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여러 검색 사이트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 교수 연구팀은 정리작업을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 군사, 안보, 번영, 발전 등 10개 항목을 선정했다. 대학원생들이 대표적인 세계 정치 사이트들에 소개된 관련 사이트들을 검색해 초안을 작성하면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사이트의 ‘함량’을 검증했다. 이어 연구팀 20여명의 공동토론과 함께 최종적으로 하 교수의 검토를 거쳐 1000개 사이트로 집약됐다.
1년반 동안 작업을 진행하면서 하 교수는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다.
“주변에서 헛수고라고 말할 때마다 ‘과연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외국의 경우 논문을 작성할 때 참고문헌란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기재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선진 사회에서는 인터넷을 학문 연구에 십분 활용하고 있는 거죠.”
문제는 또 있었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주소가 계속 바뀌는 통에 작업 초기에 조사했던 홈페이지의 주소를 일일이 갱신해야 했다.
이번 책에는 세계 정치 이외에도 인권 여성 교육 등 인문 사회과학 전반에 관련된 사이트들도 소개되어 있다. 세계 질서가 복잡다단해지면서 모든 학문 분야가 세계 정치와 연관성을 가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컴도사’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하 교수는 “실은 컴맹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나는 아직도 종이에 원고를 써요. 자판 두드리는 솜씨도 ‘독수리 타법’이지요.”
‘컴맹’ 교수의 지휘 하에 탄생한 웹 사이트 해제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문득 의심스러워졌다. 그러나 하 교수의 답변은 명쾌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분명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맞아요, 전 하드웨어를 잘 못다뤄요. 하지만 하드웨어 안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담겨져 있고, 또 담아야 할지는 하드웨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거든요.”
이 책의 단점이라면 소개된 사이트의 80% 이상이 영어사이트라는 것. 하 교수 역시 이 점을 인정했으나 “영어가 세계공용어나 다름없는 만큼 이 책의 활용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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