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사별한 남자가 자식이 딸린 여자를 새 부인으로 들인다. 남자는 새로 맞은 자식에게는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지만 정작 자기가 낳은 자식은 소홀히 대한다. 본디 자식에게는 “새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라며 섭섭한 점이 있더라도 참을 것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복 형제 사이에 갈등이 싹트곤 하는 것이 이같은 드라마의 전형이다.
이 경우를 가리켜 ‘역차별’이라고 부른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도 이런 유형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관계당국이 얼마전 증권사의 법인 영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접대’에 관한 새로운 준칙을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
새 준칙은 영업을 위해 펀드매니저들을 만날 때 일정액 이상의 접대비를 쓰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업에 적잖은 지장이 생긴 국내 증권사의 일부 영업맨들이 “외국계 증권사는 이번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불리하다”면서 역차별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외국계 증권사들도 새 준칙에 똑같이 규제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 왜 일선에서는 그런 문제가 제기된 것일까.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외국계와 토종 사이에 역차별이 적지않았기 때문에 으레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그동안 증권업계 뿐 아니라 금융계, 더 나아가 재계 전반에서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간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시중은행의 소유한도를 내국인은 4%, 외국인은 10%로 정해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59.3%가 “외국기업들에 특혜를 줘서 국내기업들은 경쟁하기 불리하다”고 응답했다는 사실도 일선에서는 분명히 역차별 현상이 적지않음을 말해준다.
이밖에도 대기업들이 국내 증권사보다 외국계 증권사에 정보를 먼저 제공하는가 하면 대출 시장에서 담보를 내건 국내 기업이 신용만을 내세운 외국 기업에 밀리는 등 각 분야에서 온갖 종류의 역차별이 비일비재하다.
“새 자식(외국 기업)에만 애정을 쏟지 말고 원래 자식(국내 기업)에도 예전같은 관심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나올만도 하다.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한 이번 증권업계의 역차별 시비처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현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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