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 대전 한화전〓3-5로 뒤진 기아의 9회초 마지막 공격. 만약 이 상태로 패한다면 3타수 무안타에 그친 이종범에겐 타석이 돌아올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대타 장일현이 기적같이 동점 2점홈런을 날렸고 가까스로 타석에 들어선 이종범은 2루타로 연속안타 행진을 이을 수 있었다.
▽8월17일 광주 롯데전〓역시 전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 8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이종범은 평범하게 오른쪽으로 뜬 공을 날려 연속경기 안타가 끊기는 듯했다. 하지만 이게 웬 일. 롯데 신인 우익수 박상민은 타구 판단을 잘못해 뒤로 물러났다가 허둥지둥 앞으로 나오는 바람에 그만 이 타구를 글러브에서 떨어뜨렸다. 자 안타일까, 실책일까. 고민하던 기록원이 내린 결론은 안타. 전광판에 ‘안타’라는 결과가 나오자 광주팬들은 떠나갈 듯 환호성을 울렸다. 이 타구는 사실 기록원이 실책으로 판정해도 할 말이 없었다.
기아 이종범(31)이 아슬아슬한 연속경기 안타 행진을 하고 있다. 2일 인천 SK전 첫 타석 안타를 시작으로 어느 새 복귀 후 14경기 연속안타. 일본 진출 전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안타를 때려낸 97년 10월1일 전주 쌍방울전을 포함하면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기록은 15경기 연속 안타다.
이 부문 국내 기록인 박정태의 31경기(99년)까진 아직 한참 남았지만 본인의 최고 기록 22경기 연속안타엔 ‘-7’로 접근했다. 만약 올 시즌 종료까지 행진이 이어진다면 46경기 연속안타가 가능하다.
짧은 적응기간에도 불구하고 이종범이 이처럼 연속경기 안타를 때려내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일. 깨질 듯 깨질 듯 이어가고 있는 ‘야구 천재’의 연속안타 행진을 지켜보는 것은 팬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