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공격성이 지나쳐…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24분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살던 사람이 한국에 돌아왔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사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놀 것도 많고, 복잡한 생활이 그동안 외로웠던 외국 생활에 자극이 됐던가 보다. 드라마틱하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역시 난 여기선 못살겠다”며 다시 한국을 떠나고 말았다.

그를 힘들게 한 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사람들이 지나치게 화를 잘 낸다는 것이었다. “그래, 어디 날 공격하기만 해 봐라. 내가 널 그냥 두나 보자”면서 하루 24시간 긴장하며 살아가는 식이라고. “조금이라도 자기 의견에 반대하거나, 자신을 귀찮게 하거나, 피해를 줬다고 여기면 즉시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겁니다.”

이 얘기에 아주 익숙한 그림이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바로 정치권이다. 그 세계는 으레 그러려니 쳐도 그가 그런 공격성을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에서 생생하게 발견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난 잠깐 허무한(?) 느낌에 빠졌다. 내가 굳이 외면하고자 했던, 아니 어쩌면 잘 숨겨왔다고 여겼던 뭔가를 맥없이 들킨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난 그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덴 자기만의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그 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으면 공격적이 되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데 우린 그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는 건 당신도 알 거다. 그러다 보니 쉽게 피해의식을 느끼고, 그런 피해의식은 곧 공격적인 행동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거다”라는 뜻의 말을 해주었다.

물론 그 말은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하는 분노와 울화 속에서 살아가며, 때로는 공격적인 충동도 서슴지 않고 내보이는 이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역시 우리는 잘 안다. 물론 그 얘길 여기서 길게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세태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덜 감정적이 되고, 쉽게 피해의식에 빠지지 않고, 덜 공격적으로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난 우리가 관용과 유머감각을 조금만 더 가졌으면 한다. 처음부터 그건 우리에게 있던 거니까 숨어 있는 1인치를 찾듯 그렇게 조금만 찾아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우선 내 주변의 대인관계에서부터 적용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덜 감정적으로, 어쩌면 약간의 여유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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