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 축구대표팀은 몇 가지 점에서 비교가 된다. 남자대표팀이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의 풍부한 지원과 축구팬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귀염둥이’라면 90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여자대표팀은 지원도 변변치 않고 아직은 팬들로부터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
이런 분위기 속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자대표선수들은 머리를 노랗고 빨갛게 염색하기도 하고 머리띠를 한 채 경기에 출전한다. 몇몇 선수는 최근 유행하는 은빛 축구화를 신고 나와 산뜻한(?) 모습을 과시하기도 한다.
반면 여자축구선수들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면 다른 여자들이 남자인 줄 알고 기겁을 할 정도로 용모에 신경을 쓸 틈이 없다. 선수 대부분이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데다 강훈련으로 얼굴이 숯처럼 새카맣게 그을려 언뜻 보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잘 구분이 안간다.
그러나 용모에 잔뜩 신경을 쓰는 남자대표선수들이 유럽팀들에 연패를 거듭하며 축구팬의 지탄을 받고 있는 반면 선머슴 같은 여자선수들은 7일 끝난 4개국대회에서 세계강호 중국을 제치고 우승하며 각광을 받았다. 무슨 이유일까.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