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출가 위성신씨 혼자서 연극 5편 무대에 올려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40분


한 젊은 연극인이 혼자서 4개월간 5편의 작품을 잇따라 연출한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위성신(37)은 30일부터 ‘위성신은 거북이를 좋아한다’는 별난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베스 룸’ ‘상처와 풍경’ 등 지난 10년 간 그가 희곡을 쓰고 연출한 대표작 4편, 30대 남성의 일생을 짚어본 새 작품 ‘싸움’을 차례로 공연하는 것.

이번 무대는 미술 영화 등에서 익숙한 ‘개인전’을 표방하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대표적인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기 때문. 연극은 속성상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전’ 형식의 무대는 거의 불가능했다. 오태석 이강백 등 중견 연극인의 이름을 딴 공연이 있었지만 본인이 직접 연출하지 않고 후배들이 연출하는 형태였다.

“‘미친 짓’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느리면서도 꾸준하게 걸음을 옮기는 거북이처럼 연극에 매달려온 내 인생을 한번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92년 극단 ‘한강’의 ‘산타 히로시마’를 통해 연출자로 데뷔한 뒤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오감도-백수에 대하여’ 등 일상과 이미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주로 연출해왔다.

이번 공연의 제작비는 약 1억 원. 열악한 대학로 현실을 감안할 때 적은 비용이 아니다. 공연장 대관료가 5000만원 안팎이고 나머지는 배우 출연료, 무대 제작비 등이다. 본인의 연출료는 아예 제작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는 제작비 마련을 위해 낮에는 수원대, 청운대, 안양예고에서 강사로 일하고 밤에는 ‘연기 과외’를 했다.

“지난 몇 년간 이번 공연을 위해 돈 안 쓰고 뼈빠지게 모았습니다. 배우들이 적은 개런티에도 기꺼이 출연해준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12월30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주말 오후4시 7시반 아리랑 소극장·인간소극장. 1만2000∼1만5000원. 02-3672-0022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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