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규리그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여기저기서 ‘주머니 속 송곳’처럼 삐죽 솟아오르고 있다. 평생 한번뿐인 영광을 향한 그들의 대결이 각 팀이 펼치고 있는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위 다툼만큼이나 뜨겁다. 프로야구 신인왕 경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어급 신인이 드물었던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에서 박한이(삼성)가 단연 맨 앞줄로 치고 나갔던 게 사실. 스타군단 삼성에서 일찌감치 주전자리를 꿰찬 박한이는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앞세워 주목을 받았다. 22일 현재 타율 0.285에 91안타, 9홈런, 50타점으로 팀 내 간판 타자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것.
독주 양상을 보인 박한이에게 맨 먼저 도전장을 던진 주인공은 한화 김태균. 천안북일고 출신의 김태균은 호쾌한 장타로 신인왕 등극을 꿈꾸고 있다. 21일 수원 현대전에서는 홈런 두 방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3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장사’라는 별명처럼 타고난 힘을 지닌 그는 타율 0.331의 고감도 타격 감각을 보이고 있으며 팀이 치른 105경기 가운데 60경기 밖에 뛰지 않았으나 홈런 12개를 때렸다.
롯데 ‘중고 신인’ 김주찬도 돋보였다. 지난해 삼성에 입단했으나 빛을 못보다 올해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는 지난달 26일부터 톱타자로 전격 기용,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타율 0.344로 40득점을 올렸으며 불과 59경기에 출전했는데도 도루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2개나 해 선두타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21일 부산 SK전에서는 홈런, 3루타, 2루타를 잇달아 날렸다.
투수 가운데는 현대 송신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선발 투수진 붕괴로 행운의 출전 기회를 잡은 송신영은 3승1패를 기록하며 평균 자책 3.75로 새내기답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22일 수원 한화전에서는 6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낚으며 6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시즌 첫 선발승을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정확한 컨트롤과 낙차 큰 커브가 주무기로 현대 마운드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