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김응룡 감독이 “홈런만 많이 치면 뭐하나. 승부가 결정된 뒤에 때린 홈런이 대부분”이라며 불만을 표시한 뒤부터. 김 감독은 평소에도 “이승엽이 찬스에서 못해준다”고 얘기해 왔다. 팀으로 봐서 가장 좋은 타자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방으로 팀 승리를 이끄는 ‘클러치 히터’. 김 감독의 얘기에 따르면 이승엽은 홈런을 많이 때리지만 팀에 ‘영양가’ 있는 타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이승엽은 찬스에 약한가. 이를 분석하기 위해 31개로 홈런 공동선두인 롯데 호세와 비교해 봤다.
▽주자 상황별 타격〓이승엽은 주자 없을 때 타율 0.282에 19홈런, 주자 있을 때 타율 0.290에 12홈런이다. 주자가 나갈 때와 안 나갈 때 타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 다만 홈런은 솔로홈런이 많았다. 롯데 호세는 주자가 나갈 때 훨씬 잘 친다. 타율이 4할대(0.395)에 가깝고 홈런도 주자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4개나 더 많아 찬스에 굉장히 강한 타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주자가 2루 이상일 때 타격능력을 알아보는 ‘득점권 타격’에서 이승엽은 타율 0.270에 5홈런인데 반해 호세는 무려 타율 0.402에 11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승엽은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타격이 저조해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타격이 신통치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타격기록 분석〓이승엽은 올시즌 희생플라이가 단 한 개도 없다. 이는 위에서 지적한대로 주자 3루시 타격성적이 특히 안 좋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또 삼진이 108개로 게임당 1개가 넘을 정도로 많고 볼넷은 77개로 호세(100개)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적다.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걸 말해준다. 호세는 상대투수가 좋은 공을 주지 않으면 그냥 걸어나가는 데 비해 이승엽은 나쁜 공에 손이 나가는 경향이 있다.
주자상황별 타격과 시즌기록을 종합해 봤을 때 이승엽은 김응룡 감독의 말대로 중심타자 치곤 찬스에서 그리 강하지 않았다. 또 홈런도 주자가 없을 때 많이 터졌다. 하지만 이는 호세와 비교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얘기.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0.290에 달한다면 결코 ‘영양가 없는’ 타자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영양가 논란’에 대해 이승엽은 “찬스에서 때리고 싶지 않은 타자가 어디 있느냐”며 “올해 특히 상대투수의 유인구에 많이 속다보니 그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엽-호세 주자상황별 타격 | ||
이승엽 | 상황별 | 호세 |
0.282 19홈런 | 주자 없을때 | 0.323 14홈런 |
0.290 12홈런 | 주자 있을때 | 0.395 17홈런 |
0.316 7홈런 | 1루 | 0.385 6홈런 |
0.316 2홈런 | 2루 | 0.435 5홈런 |
0.133 0홈런 | 3루 | 0.500 0홈런 |
0.360 1홈런 | 1, 2루 | 0.258 2홈런 |
0.125 0홈런 | 1, 3루 | 1.000 0홈런 |
0.200 1홈런 | 2, 3루 | 0.529 4홈런 |
0.222 1홈런 | 만루 | 0.429 0홈런 |
(자료:스포츠투아이) |
이승엽-호세 개인타격 기록 | ||
이승엽 | 부문 | 호세 |
0.286 | 타율 | 0.358 |
31 | 홈런 | 31 |
75 | 타점 | 92 |
0 | 희생플라이 | 3 |
77(9) | 볼넷(고의볼넷) | 100(23) |
108 | 삼진 | 52 |
4 | 병살 | 3 |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