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데는 조건이 너무 많아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은행 소유지분한도를 완화하는 것은 은행에 투입된 52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한 것일 뿐 재벌의 은행 소유 허용은 아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금융계 관계자).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재벌이나 국내 자본은 국내은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경영하기 어렵게 되고, 제일 한미은행 등의 경우처럼 외국자본만이 국내 은행을 가질 수 있다.
▽재벌의 은행 소유 산 넘어 산〓공청회에 부쳐질 은행법 개정시안에 따르면 재벌이 은행의 지분을 4% 이상 소유하려면 △취득한 지 2년 이내에 그룹의 제조업 비율을 25% 밑으로 낮추거나 △제조업 자산을 2조원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 조건을 맞추는 재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분을 10% 소유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재벌은 삼성 SK LG 등이나 이들은 제조업 비율을 25%로 낮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중견 재벌들은 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김영삼 정부 시절 금융전업가나 금융전업그룹 제도가 도입됐지만 현실성이 없었다”며 “대신증권 교보생명 등 금융전업그룹으로 꼽히던 그룹들도 은행을 소유할 만한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유지분 완화는 연기금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은행 소유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것은 민영화를 통해 공적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내년에 지자체와 대통령 선거가 있어 공적자금 문제가 정치쟁점화될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따라서 지분제한을 완화한 뒤 연기금의 은행 주식 매수를 늘림으로써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다. 은행 소유구조 개편 문제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뿐더러 은행권에 투입된 52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경영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선 등 정치일정에 맞춰 일을 추진하다 양쪽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찬선·이헌진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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