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에이즈 공포’가 기승인 와중에 엊그제 국내에선 ‘에이즈 감염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항체검사에서 3명이 음성(정상)으로 판정됐지만 유전자검사를 해본 결과 에이즈 말기 환자였음이 드러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러 언론이 이 내용을 받아 ‘말기 에이즈환자 정상판정 충격’ ‘에이즈검사 구멍’ 등의 제목을 뽑았다. 제목만으로 봐선 에이즈 검사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에이즈는 처음 감염된 지 6주가 지나야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다. 그 후 5∼10년간의 잠복기 및 발병기간을 거쳐 말기에 이르면 체내 백혈구가 거의 소멸돼 버리는 상황에 이른다. 이른바 HIV 바이러스와 백혈구 사이의 전쟁에서 바이러스가 승리하는 때다. 이 시기에 이르면 항체를 형성하는 백혈구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항체검사를 해도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즉 항체검사는 처음 6주와 상태가 극히 악화된 말기에만 에이즈 증세를 판단할 수 없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기간은 여전히 유효한 진단방법이라는 것이다.
▷에이즈는 아직 확실한 치료약이 없다는 점 때문에 ‘심리적인 질병’이기도 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멀쩡한 사람들조차 ‘혹시 내가?’ 하는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에이즈 감염자를 보호하고 예방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배척부터 하려고 드는 풍조도 문제다. 그런 터에 에이즈 검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면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그것이 과장된 내용이라면 더욱 그렇다.
<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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