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능한한 소설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아직 어려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소설이 주는 감동은 연주에도 좋은 영감을 줍니다. 절 가르쳐주셨던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으로부터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를 선물받은 적이 있었지요. 제가 열두살 때의 일이었어요.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은 이 책을 제게 주면서 “좋은 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열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는 꼬마여서 뜻을 몰랐지만 지금은 알 듯 합니다.
얼마전 한국 공연을 앞두고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를 다시 읽었습니다. 세상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13세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인데 이번에 세 번째가 읽었습니다. 다시 봐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같은 악보도 연주할 때마다 다른 곡이 되는 것처럼요.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안나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하는 부분었습니다. 정숙한 부인인 안나가 청년장교 브론스키를 만나서 고민하다가 사랑하게 되고, 금지된 사랑 때문에 비극을 맞게 됩니다. 이 소설에는 그 감정의 변화가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마치 톨스토이가 저를 안나의 머리 속으로 밀어넣어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순수한 사랑이 자신을 죽이는 독약이 돼버린 결말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소설 ‘제인 에어’도 좋아하지만 ‘안나 카레리나’를 훨씬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인 에어’에는 제인만 있지만 ‘안나 카레리나’에는 안나만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브론스키를 사랑했던 왕녀 키키, 안나의 남편인 카레닌 등 여러 인물들이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만나고 헤어집니다. 사람은 독립적인 인격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딪치며 살아간다는 점을 제게 깨닫게 해줍니다.
제가 두 번째로 이 소설을 읽은 때는 1996년 1월 슈만 첼로협주곡 연주를 준비를 할 때였습니다. 곡 해석을 하면서 안나의 심리 상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2악장을 연주할 때 저는 만날 수 없는 아들에 대한 안나의 모정을 떠올렸습니다.
‘안나 카레리나’는 톨스토이가 자식을 둔 여인이 기차에 치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충격을 알리기 위해 썼다고 합니다. 저는 ‘안나 카레리나’를 통해 톨스토이를 알게 됐고 ‘톨스토이 예술론’에 깊이 빠져들게 됐습니다.
‘톨스토이 예술론’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예술이란 예술가가 경험으로 느낀 것을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 것이다”라구요. 저는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을 연주하기 위해 23일 독일에 도착했습니다. 독일 연주회에서는 제가 쇼스타코비치 음악을 통해 느낀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장한나(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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