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융의 이론 풍부한 예증 제시 '아니마와 아니무스'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27분


◇ '아니마와 아니무스'/ 이부영 지음/ 365쪽 1민2000원 한길사

하녀와 바람을 피우기도 했던 데카르트는 정액을 식물의 수액 같은 것으로 이해했지만 그렇다고 정액이 생명체의 기원에 관계된 물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궁극적 관심이 생명체가 아니라 생명 그 자체에 있었던 그에게 정액이란 (영혼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적절한 단어가 없는) 순수하게 정신적인 것의 기원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카톨릭 교도였던 프로이트였지만 그는 영혼의 문제를 피해갔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것을 해석해야만 했던 그는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데카르트와 프로이트는 ‘나는 내가 없는 곳에서 생각한다’는 라캉에게 와서 초월적이자 지극히 물리적이기도 한 언어의 문제와 조우한다. 융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었을까? 인간 복제가 시간 문제인 오늘날, 영혼의 문제는 더욱 더 비장한 어떤 것으로 다가온다.융은 남자 속의 여자를 아니마로, 여자 속의 남자를 아니무스로 부른다.이부영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많은 예들을 통해 융의 아니마, 아니무스 이론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인간의 정신을 이미 알려진 뇌기능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보는 심리학에서 혼을 찾기는 어렵다. 무의식은 주로 의식에서 억압된 충동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정신분석적 관점으로도 혼의 향방은 묘연하다”고 말한다.

반 프로이트주의자인 융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남성 여성의 차이가 사회적인 것도 생리적인 것도 아닌 ‘원형’적인 어떤 것으로부터 집단 무의식을 통해 끊임없이 변전된다고 보는 융의 이론이 지닌 독특한 매력은 ‘처음’과 ‘전체’를 해석하겠다는 종교적 열정과 야망에서 나온다.

수많은 신화와 예술가들도 이 욕망과 욕망 너머의 진실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아마도 20세기 내내 가장 많이 운위되었던 인문 사회학 용어들 중의 하나일 이 ‘원형’의 원형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융조차 답을 아끼고 있다.

정장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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